고용률 70%는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우득정/ 서울신문 논설위원

    박근혜정부는 지난 6월초 임기 말인 2017년까지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연평균 47만 6000개, 5년 동안 모두 238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15~64세 생산가능인구 대비 취업자의 비율을 70%까지 높이겠다는 것이다. 올 4월 말 현재 우리나라 고용률은 64.4%다. OECD 평균 66.1%(2012년 기준)보다 1.7%포인트 낮다. 34개 회원국 중 20위권이다.

박근혜정부는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 ●장시간 근로구조 개혁 ●경력단절여성과 청년층, 그리고 비경제활동인구의 노동시장 진입 유도 ●근로형태 차별 해소 및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 등을 제시했다. 전세계적으로 ‘고용없는 성장’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마른 수건을 다시 짜기보다는 새로운 우물을 파고, 2011년 기준으로 연평균 2090시간에 이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또 지난 10년간 50% 초반대에 머물고 있는 여성의 고용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20~30%포인트 더 높이고, ‘저급 비정규직 일자리’로 기피대상이 되고 있는 시간제 일자리를 정규직과의 차별 해소를 통해 일자리의 질을 끌어올린다면 고용률 70% 달성은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란 게 정부의 판단인 듯하다.

   과거처럼 성장률 기준으로 일자리 창출 숫자를 헤아린다면 박근혜정부의 고용률 70% 달성은 이명박정부의 ‘7-4-7’(연 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 공약처럼 허황된 목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7.7%였던 1989~1997년 연평균 취업자 증가 숫자는 42만 2000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규모 추경을 편성해 경기를 떠받치더라도 연 4% 성장도 버겁다. OECD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력을 2017년까지 3.4%, 2018년부터 2030년까지 2.4%, 그 후에는 1%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각도로 접근하는 수밖에 없다.

먼저 과로형 장시간 근로시스템이 여전히 유효한지 따져봐야 한다. 과거 추격형 성장모델에서는 효자 노릇을 했는지 모르지만 창조형, 선도형으로 전환하려는 시점에서는 대폭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단순 계산하자면 평균 근로시간을 100시간 줄이면 고용률은 1.9%포인트 상승한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근로시간을 OECD 평균인 1737시간으로 줄인다면 고용률이 6.7%포인트 오른다는 얘기다. 평균 근로시간 단축으로 빈 자리를 일자리에서 밀려난 여성과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로 채운다면 우리의 노동시장은 훨씬 더 역동적이고 다양해질 수 있다. 지금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이분법적인 대결구도에서도 탈피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이면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72.6%, 중위연령이 41.9세, 노년부양비가 19.2%, 노령화지수가 104.1%인 ‘늙고 병든 코리아’가 된다. 이미 이같은 조짐은 산업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2011년 기준으로 현대차 근로자의 평균연령은 43세, 현대중공업은 43.9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인력구조다. 반면 우리나라 청년(15~24세)은 높은 대학진학률, 군 복무, 취업준비 장기화 등으로 노동시장 진입이 늦다. 우리의 청년 경제활동참가율은 25.5%로 영국(62.9%)이나 미국(55.2%), 일본(43.1%), 프랑스(39.7%)에 비해 현저히 낮다. 노후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50대 이상 노령층이 노동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정부는 2003년 고용률 64.6%에서 2008년 70.2%, 2011년 72.6%로 끌어올린 독일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듯하다. 독일은 제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제조업지원 서비스업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려 마(魔)의 70%선을 돌파했다.

   우리도 모든 산업정책을 고용친화형으로 재편하고 교육과 노동시장을 연계하는 등 사회 패러다임과 의식을 바꿔나간다면 고용률 70% 달성은 결코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정부는 여성들의 경력 단절과 경제활동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 보육의 부담을 덜어주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또 선진국처럼 청년층이 인턴형태로 노동시장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대폭 확대하는 한편, 인턴이 좋은 일자리로 가는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차별을 해소해 구직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

일자리는 가계소득의 원천이자 자아실현과 자유, 그리고 행복의 토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