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미국의 장관을 지낸 사람들 가운데 제일 돈이 많았던 사람은 아마 부시 행정부 말기 대규모의 구제금융정책을 세우고 집행했던 폴슨 재무장관이 아닌가 한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만 못해도 3억 달러 정도가 재산이라고 했었다, 우리 돈으로 치면 3천억이 조금 넘는 돈인데 그럴만도 한 것이 폴슨은 재무장관이 되기 전까지 투자회사 골드만삭스의 회장이었다. 당시 연봉은 성과급을 빼고도 2천만 달러가 넘었고 재무장관으로 가면서 받은 퇴직금은 5천만 달러가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돈이 많은 것, 물려받아서든 열심히 일해서 번 것이든 그 자체로 논란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은 흔히 같이 가면 안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이것도 다시 생각해보면 꼭 그래야할 이유는 없다. 훌륭한 인격으로 존경도 받고 뛰어난 능력으로 돈도 많이 번 사람이 있다면, 그런데 공직에도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에게 굳이 명예와 부가 이미 있으니 권력만은 절대 가져선 안된다고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판단은 국민이 하면 된다. 그러나 안대희 총리 지명자의 문제는 조금 다르다. 그것은 단순히 수임료 수입이 너무 많아서가 아니었다.

   사실 법조계의 고액 수임료 논란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안대희 지명자는 지난해 16억원을 벌었다. 작년 7월부터 변호사일을 시작했으니까 실제론 다섯 달 동안 번 돈이다. 한 달에 3억원 하루에 천만 원씩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능력이 뛰어나 많이 버는 건 탓할 일이 아니다. 부러워서 배가 아플지언정 그게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다. 게다가 안대희 지명자가 사무실을 연 것은 대법관 퇴임 1년 뒤였다 그러니 법적인 문제도 없다. 형사사건과 대법원사건은 거의 수임하지 않았다고도 한다. 전혀 수임하지 않은건 아니겠지만 대법관을 지낸 경력에 이 정도면 굳이 비난받을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기부도 적지 않게 했다지 않은가 말이다. 안 지명자와 비슷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하고 비교해보면 상당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지금 우리는 괜찮은 대법관출신 변호사 한명을 찾는 게 아니다. 2011년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가 물러나야 했던 건 일곱 달 동안 7억원을 벌어서였다.

수입으로 치자면 안대희 지명자의 수입은 그 세배다. 안대희 지명자의 이력과 대법관 경력이 아니라면 그런 수입은 불가능했다.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한 이력에 국세청 세무조사감독위원회위원장도 맡고 있다. 그런저런 경력을 감안하지 않고 안대희 지명자에게 사건을 의뢰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있기는 할까. 안대희 지명자는 2006년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 전관예우에 대한 질문을 받고 "변호사들은 적절한 보수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자신의 말 그대로 적절한 보수에 대해 생각해봤는지 궁금하다. 자신이 받은 수임료는 적절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수입이 국민이 보기에 너무 많다는 판단은 왜 이제야 드는 것일까.

   이번 개각의 계기가 무엇이었는지도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국가를 개조한다는 각오로 민관 유착과 관료마피아를 척결하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드러난 관료마피아문제를 척결하자고 이뤄지는 개각이고 총리 지명이다. 물론 한두가지 일로 사람을 평가할 수는 없다. 검사시절의 드러난 강직함만으로 평가하는 것도 변호사시설의 수임료만으로 평가하는 것도 무리다, 수임료 문제만으로 안대희 내정자는 총리감이 아니었다고 단언한다면 옳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개각의 이유인 관료마피아개혁을 추진하기에 적합하지는 않다는 결론은 불가피하다. 11억을 반납한다고 해서 달라지는건 없다. 나는 반납했으니 당신들도 하지 말라고는 얘기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그들이 나도 총리로 지명되면 반납하겠다고 한다면 무슨 얘기를 할 것인가.

   한편 이번에 드러난 청와대의 검증시스템 문제와 정치적 감각의 부재는 정말 심각하다. 안대희 지명자의 수임료문제를 미처 몰랐다고 해도 문제지만 알고도 밀어부친 거라면 보탤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