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의 분식회계를 놓고 산업은행과 서별관회의의 무능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미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 최경환 전 부총리, 안종범 전 경제수석,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을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 마디로 하자면 왜 정부가 선도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 3사의 근로자들은 정부의 일방적 구조조정 정책에 반발해 총파업을 선언했다. 조선산업을 죽이는 정부정책의 전환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파업이라고 한다.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중단하라는 요구다. 아마 조선과 해양 다음 구조조정 대상이 될 산업은 철강업이 될 것이다. 글로벌 경기 불황에 공급과잉이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업계와 의견을 청취해서 정부가 구조조정의 큰 틀을 짜주기를 바란다. 포스코 회장은 철강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방향이 정부에서 나올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정부가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으면 움직이겠다는 말이다.

  기업 구조조정에 정부의 역할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할까. 구조조정 방향을 정하고 시행에 옮기는데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할까.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정부가 제대로 주도하기를 촉구한다. 반대로 정부의 “일방적” 구조조정정책에 대한 비판은 어느 정도 합리적일까. 그럼 구조조정 방안은 업계와 노조와 정부가 의논해서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정부에 구조조정을 주도할 것을 촉구하는 논의는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 정부는 구조조정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건 처음부터 정부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구조조정이란 선제적으로 환부를 드러내 외과적 수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하는 일은 아픈 데가 있으면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치유하고 봉합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를 제외한다면 구조조정에 수반되는 대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고 높은 수준의 위험을 감내할만한 민간의 구조조정 주체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구조조정은 언제나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 게다가 자금이 결국은 국민의 세금에 의해 마련되어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애초에 우리나라에서 기업 구조조정과정에 정부가 개입하게 된 것은 IMF 외환위기 당시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해관계를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법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당시 국가적인 위기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야했고 그 경험이 구조조정이 필요할 때마다 정부의 주도적 개입을 축구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정부주도의 구조조정이 보편화되었던 이유는 시장의 실패에서 비롯된다.

  생각해보자.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부실은 언제나 그렇듯 경기변동에 대응하는데 실패한 결과다. 그리고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자금은 오히려 구조조정 지연의 원인이었다. 그동안 부실기업은 정책금융기관 산하에서 더 악화되었던 것이 아닌가. 정말 필요한 것은 경기가 악화된 이후 대규모의 자금투입과 함께 불가피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구조조정이 아니다. 사전적,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자본시장 형성이 필요하다. 구조조정은 특별히 경기불황에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시장여건은 계속해서 바뀐다. 구조조정은 일종의 상시 개념이 될 수밖에 없다. 필요할 때마다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면 그건 구조조정을 아예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선제적이고 상시적인 기업의 구조조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경기침체 장기화를 막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정부가 정말 해야 할 일은 바로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서별관회의의 무능에 대한 비판은 초점을 달리해야할 필요가 있다. 대우조선의 회계분식과 필요한 구조조정과 관련해 서별관회의는 무능했다. 그러나 그건 서별관회의의 잘못이 아니다. 원래 정부는 그런 일에 무능하다. 기업의 부실위험을 미리 찾아내 선제적으로 필요한 구조조정을 해낼 수 있는 정부란 세상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