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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성 자 : 김상철/한국시장경제포럼 회장
날 짜
:  2017-04-12
제 목 : 정치에서의 시장의 실패

 

  놀랄 일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만 그런 것도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도 유럽도 다 마찬가지라고 해야 한다. 게다가 역사를 뒤져보면 지금만 유독 그런 것도 아니다. 중도는 사라지고 양 극단으로만 치닫는 정서얘기다. 다른 쪽의 주장이나 입장의 정당성이나 근거를 조금도 인정하지 않는 극단의 정치적 주장은 보편적인 정서라고 해야 할 듯 싶다. 비단 어떤 주장도 일단 그 동기는 선의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말했던 어느 정치인의 실패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본질적으로 정치적 의사결정과정과 경제적 의사결정과정은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의사결정 투표권의 수, 의사결정의 빈도, 의사결정 합의의 기준 등이 모두 다르다. 우선 유권자로서 참여하는 정치적 의사결정과정에서는 참여자는 민주주의 사회라면 모두 똑같은 표의 수, 11표를 가지고 참여한다. 하지만 경제적 의사결정과정에서 그러니까 시장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에는 구성원이 가진 투표권은 이를테면 자신이 갖고 있는 경제력에 비례한다. 다시 말하자면 1억 원을 가진 사람보다 10억 원을 가진 사람은 10배의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의사결정의 빈도를 보면 보통 시장에서 재화나 용역은 언제나 구입이 가능해서 이를테면 투표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지만 국민이 선출하는 공직자는 임기라는 게 있어서 일정 기간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합의를 결정하는 기준의 차이를 보면 먼저 시장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사는 쪽과 파는 쪽이 합의를 해야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 즉 참가자가 모두 합의를 해야 거래가 이루어진다. 반면에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에서는 통상적으로 참여자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받아들여진다. 이른바 다수결의 원칙이다.

 

  극단으로 가는 정치문화는 이런 정치적 의사결정의 속성에서 적지 않게 비롯된다. 예를 들어 특정 수준의 공공재 공급에 대한 찬반여부는 개개인이 부담하는 비용과 공급에서 얻는 편익의 상대적 크기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바람직한 정치라는 공공재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합리적 선택이론은 유권자의 투표행위도 인간의 다른 행태와 같이 행위의 효용 즉 비용과 혜택에 따라 결정된다고 본다. 달리 말하면 투표하지 않을 때보다 투표할 때 효용이 커지면 투표하게 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투표하지 않는다.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은 사실 적지 않다. 정치인들의 주장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공약과 정책을 이해하는 일은 시간도 걸리고 힘도 많이 드는 작업이다. 게다가 휴일 굳이 시간을 내서 투표장으로 가는 것도 일이다. 그런 비용까지 지불하면서 투표를 하려면 그만한 기대효용이 있어야 한다. 바람직한 정치야말로 시장에서 공급이 쉽지 않은 공공재가 아닐까 싶다. 바람직한 정치는 비용을 부담한 사람 말고도 모든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다수결제도에 의한 의사결정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자원배분을 가져오지 못한다.

 

  중도의 부재, 극단으로만 치닫는 정치문화는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시장의 실패다. 대안은 좀 더 정치체제가 경쟁적이야 한다는 것 말고는 없지싶다. 합리적인 유권자라면 정치가 좀 더 경쟁적인 시장이 되는 경우 투표의 기대효용이 높아져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우리나라에서도 조만간 가능할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