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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성 자 : 김상철/한국시장경제포럼 회장
날 짜
:  2017-05-24
제 목 : 출정식이 끝나면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초반 평가는 나쁘지 않다. 일단 인사부터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흐뭇한 사진들 몇 장만 서랍 속에 넣어두고 생각해보면 신정부가 위치한 상황은 쉽지 않다. 들뜬 출정식은 어차피 곧 막을 내린다. 아직 본격적으로 평가받아야 할 일들은 시작도 안됐다. 본격적인 갈등이 곧 시작될 것이다. 지금이야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통치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선거로 한번 평가하고 난 후, 전 정권에 대한 비판이 새로운 정부에 대한 지지로 자동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새 정부가 맞게되는 사회 갈등구조의 기본은 아마도 보수와 진보 양쪽으로부터 다 비롯될 것이다. 현재 한국정치 갈등의 구조에는 이른바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세력과, 이에 저항하는 반공보수 세력이 있다. '촛불집회''태극기 집회'에서 드러나듯이 말이다. 진보 개혁적 성향의 시민들의 개혁 요구와 기대치는 지금 어느 때 보다도 높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애착을 갖고 있는 '적폐청산'은 이 시민들의 요구에 부합한다. 진보 개혁적 시민들의 기대는 높지만 보수적 시민들의 불안은 그대로다. 어쩌면 마음껏 표현하지 못해 박탈감은 더 심할 수도 있다. 정치적 갈등상황을 맞이하게 될 경우 보수층의 반발은 더 거세게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 보수적 유권자들은 급진적인 개혁요구들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반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97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누적되어 온 사회경제적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 불평등 심화에 대한 위험신호는 이미 수없이 나왔다. 노인 빈곤과 심각한 수준의 저출산 문제는 이제 발등의 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하면서 경제민주화와 소득주도 성장을 함께 추진할 최고의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소득주도 성장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지향점이 된 듯 하다. ‘소득주도 성장은 말 그대로 일자리를 늘려 소득을 높이고, 그 소득으로 소비를 진작해 경제를 성장시키고, 다시 일자리 증대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지향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일자리와 소득이 최우선 정책 과제가 아니었던 정부는 없다.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 70%가 선거 공약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일자리 250만개를 약속했었다.

소득주도 성장은 아직은 정책이라기보다는 구호에 가깝다.

 

  중소기업 보호와 재벌 개혁을 강조하지 않았던 정권도 없었다. 무수한 중소기업 정책이 나왔고,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 “중소기업이 발전해야 일자리가 창출되고 균형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 말이었다.

 

  압박은 심하고 권력기반은 취약하다. 갈등을 관리하고 통합할 통치의 수단은 많지 않다. 우선 국회의석부터 그렇다. 복잡한 정치 공학적 계산이 필요한 국회다. 과연 의회내 다양한 정당 간의 경쟁이 타협으로 잘 정리될 수 있을까. 갈등이 심해지면 개혁은 자칫 방향을 잃어버린다. 문제해결을 위해 경쟁정당이나 다른 진영에 있는 인사를 몇 명 포함하는 정도로 지금의 문제들을 해결하기는 어렵다.

 

  시민들의 개혁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높아질 만큼 높아진 상황에서 신정부는 이 모든 매듭을 풀어나가야 한다. 시민의 불만은 새 정부의 개혁을 추진하는 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갈등이 격화돼 개혁에 실패하면 통치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새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유능해야 한다. 갈등을 동력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개혁의 성공으로 취약한 권력기반을 확장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국정교과서를 폐지하는 일, 세월호에서 숨진 기간제 교사에 대해 순직을 인정하는 일이야 쉽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선언했다. 선언으로 끝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노동시장의 근본적 개혁 없이는 어렵다. 정책실장이 된 장하성 교수가 과거 만들었던 장하성 펀드는 화제도 낳고 좋은 영향도 남겼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로 끝났다고 할 수 밖에 없다. 펀드라고 하기에는 수익률이 저조했던 것이다. 펀드가 투자한 기업 중에 지배구조 개선 노력과 배당 확대로 가치가 올라간 곳도 있기는 했지만 평균 수익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어떤 바람직한 정책도 단지 그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해서 정책이 목표로 하는 성과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