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1
 
 
작 성 자 : 김상철/한국시장경제포럼 회장
날 짜
:  2017-06-19
제 목 : 오바마는 성공한 대통령일까

 

   직접 오바마를 처음 본 것은 힐러리 클린턴과의 민주당 대통령후보 지명을 위한 경쟁이 치열했던 20081월이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벌어지는 경선을 취재하기 위해 떠난 출장길이었다. 힐러리 클린턴의 연설을 직접 들은 것도 당시 취재를 위해 갔던 사우스 캐롤라이나 대학이 처음이었다. 의료보험 제도 개혁방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이렇게 복잡한 내용을 어떻게 이렇듯 쉽고 간결하게 그것도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감탄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힐러리 클린턴의 유세를 취재하고 난 다음 날 오바마의 유세현장을 찾았고 말로만 듣던 그의 연설을 들었다. 굵은 목소리로 어렵지 않게, 내용을 충실히 담았으면서도 이성만이 아니라 감성에까지 호소하면서 또박또박 얘기하는 그의 감동적인 연설을 듣고 난후 내 눈에는 그가 정말이지 멋져보였다. 유세현장에서 오바마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반응하는 청중들의 열기롤 보며 이 경선이 생각보다 치열해질 것이고 어쩌면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이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어렴풋하게나마 들기도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보면서 오바마가 정말 괜찮은 대통령이었다는 생각을 하는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말 한 마디부터 정상회담에서의 행동들, 언론이나 의회, 혹은 아랫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까지 모든 모습이 트럼프와 오바마는 다르다. 오바마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오바마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 임기를 시작했다. 사실 오바마 취임 당시 최대 현안은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성장과 고용 회복이 초미의 과제였던 가운데 임기를 시작한 오바마는 나름대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냈다.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았고, 파산 직전의 자동차산업을 살려냈다. 20091010.1%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은 2016124.7%로 떨어졌다. 8년 동안 약 1500만명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제도 개혁으로 2000만명 이상이 새롭게 의료보험의 수혜자가 됐다. 마이너스 2.8%였던 경제성장률은 3.5%로 올라갔다.

 

   그러나 경제는 좋아졌고 평화가 찾아왔지만 미국인들은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오바마가 퇴임직전 스스로 꼽았던 자신의 중요한 업적은 경제부활과 국가 보건의료제도의 개혁,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세계 협약 체결과 이란 핵협상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업적들이 지금 붕괴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공들였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탈퇴를 선언한 것은 트럼프의 취임직후였다.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도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협상도 재앙이라고 평가하면서 폐기하려 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정상화시킨 쿠바와의 국교정상화 조치도 되돌릴 계획이다. 반세기를 이어온 적대 관계를 오바마가 청산했지만 3년 만에 다시 원래의 대치 상태로 돌아가게 됐다. 오바마 시절에 제정된 공교육강화를 위한 교육 관련 규정 2개도 폐지된다. 환경 보호를 위해 개발을 규제한 보호구역지정 규정도 뒤엎었다. 탄소 배출을 규제하는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 폐지도 지시했다.

 

   오바마의 모든 업적들이 무너져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취임직후 지시한 반이민 행정명령은 법원의 제동으로 발이 묶였다. 오바마케어 대체 법안인 이른바 트럼프케어도 좌초됐다. 하지만 오바마의 유산을 지키기 위한 정치적 기반은 취약하다. 지금 민주당은 역대 가장 무기력해졌다. 오바마 집권 기간 민주당의 하원 의석은 62, 상원은 10석이 줄었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도 10명 줄었다. 이런 상황을 오바마가 불러왔다고 할 수는 없다. 그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일 것이다. 하지만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지금 결과적으로 오바마시대보다 더 난폭하고 거칠고 무례하며 배려하지 않는 시대에 살게 됐다. 미국인들은 오바마 집권 동안 19개 정책 분야가운데 14개가 후퇴했다고 믿는다. 실제로 경제는 개선됐다지만 빈부격차가 늘었다. 흑인이 대통령이 됐지만 인종갈등은 오히려 심해졌다.

 

   결과적으로 오바마는 더 분열이 심한 나라를 만들어버렸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장으로 나가지 않은 사람들은 흑인과 젊은이,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오바마에게 걸었던 희망은 충족되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다소 박하게 평가한 대로 오바마는 역사적인 대통령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중요한 대통령은 아니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도전의 역사를 남겼지만 그의 유산이 이어지도록 만드는 데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퇴임하고 난 후 C-SPAN이라는 공영방송에서 역사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위대한 대통령을 가리는 설문 조사에서 오바마는 12번째로 꼽혔다. 좋은 뜻을 갖고 있었고 훌륭한 인품과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대통령이었지만 제도와 시스템을 바꿔서 지속가능하도록 만드는 데 실패했다면 더 높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