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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성 자 : 김상철/한국시장경제포럼 회장
날 짜
:  2017-07-19
제 목 : 총리가 안보인다

  신고리 원전 5호기와 6호기의 운명을 좌우할 시민배심원단이 구성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몸부림을 쳐서라도 배심원단의 객관성을 담보하겠다고 했다. 배심원단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일은 국무총리가 몸부림을 쳐야 가능한 일일까. 사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결정하는 국무회의에서도 이낙연 총리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어느 한 방향이 아니라면서 신중해야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공사 일시 중단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출국 전 이낙연 총리에게 추경과 정부조직법 개정 등 국회 관련 현안을 풀어달라고 당부했었다. 꼬인 국회사정이 풀린 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야당방문과 장관후보자 한 명의 자진 사퇴로 가능했다. 이 과정에서 총리가 한 역할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낙연 총리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헌법상 총리의 권한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일상적인 국정은 총리의 책임이라는 각오로 일해달라는 말도 했다. 지금까지 이낙연 국무총리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고 있다. 장관들 가운데 총리의 추천을 받아 임명을 받았다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국무총리실 내부인사조차 총리가 아니라 청와대에서 다 임명했다. 물론 과거에도 그랬다. 굳이 말하자면 달라진 게 없다는 얘기다.

  

  흔히 말하는 책임총리란 보통 실질적인 권한을 발휘하는 총리를 의미한다. 19대 대선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총리의 권한을 기존 정부보다 강화하는 책임총리 현실화를 약속했다. 헌법에 규정된 국무총리의 권한은 결국 국무위원 제청권과 각료 해임건의권, 그리고 각 부처의 지휘권이다. 헌법이 규정하는 국무위원 제청과 해임건의, 행정 각부에 대한 지휘 등 국무총리의 권한을 보장해 국정의 효율성과 균형을 강화할 것이라는 게 문재인 당시 대통령후보의 말이었다. 하지만 국무위원 제청권이라는 것부터 실제로 들어가면 조금 복잡해진다.

 

  헌법 871항은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낙연 총리도 청문회에서 말했지만 제청권은 애매한 데가 있다. 국무위원 인사권은 기본적으로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무위원에 대한 제청권의 의미는 대통령과 의미 있는 협의를 하는 정도가 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서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총리가 국무위원 임명에 관여할 합리적 근거가 없다. 총리에게는 해임건의권을 주는 정도로 충분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책임총리의 권한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뜻에 따라 좌우된다고 봐야한다. 그러나 과연 내각인선과정에서 이낙연 총리는 대통령과 정말 의미있는 협의를 했을까.

 

  지난 1994년 김영삼 정부의 이회창 전 총리는 헌법에 명시된 총리의 권한인 제청권 등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려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수시로 충돌했다. 사실 국무총리가 정부정책을 주도하려고 하면 대통령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이것은 대통령 중심제와 어긋난다. 결국은 국무총리가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것도 대통령의 명을 받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 중심아래에서 대통령이 권한을 주지 않는 한 총리가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총리가 역할을 하는 것은 대통령에게도 바람직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대로다. 국무총리가 역할을 하는 것이 국정의 효율성과 균형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도 지금 총리가 보이지 않는 것은 아쉽다. 총리 공관이 역사상 막걸리를 가장 많이 소모하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게 이낙연 국무총리가 한 말이었다. 총리 공관에서 마시는 막걸리가 의미를 가지려면 총리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