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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성 자 : 김상철/한국시장경제포럼 회장
날 짜
:  2017-10-25
제 목 : 좋은 장관

 

  이제 거의 10년 전 일이니 얘기를 해도 될까. 오래전 그러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당시 경제부총리와의 대담이 있었다. 아직 종합편성채널이 없던 시절, 모든 공중파방송을 통해 동시에 생중계되는 대담이었는데 당시 청와대 일부 집권세력과의 충돌설에서부터 시작해 경제정책의 혼선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상당한 주목이 모아진 자리였다. 평소 거침없이 소신을 얘기하던 부총리로서도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재정경제부 한 국장을 통해 질문할 내용의 요지라도 미리 약간 알려줬으면 하는 연락을 받았다. 구체적인 질문이야 안되는 일이지만 질문 요지 정도는 미리 간략하게 알려줘서 답변을 충실히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내용이 충실한 대담을 위해서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대충의 질문 요지를 알려줬다. 그러나 어떤 대담에서도 개인적이면서도 여러가지 함의를 담은 한 두 개 질문이 포함되게 마련이다. 이 대목에서 걸렸다. 부총리가 다른 질문이야 다 괜찮은데 한 질문만은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중소기업벤처부까지 포함해서 이제 모든 부처의 장관 후보자가 발표됐다. 중앙부처 장관들가운데 관료 출신은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둘뿐이다. 정치인출신 또는 학자출신이 훨씬 많다. 정치인출신이 더 낫다거나 아니면 관료출신 또는 학자출신이 더 낫다거나 하는 일반화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좋은 장관이라고 할 수 있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겠다. 아무리 실적이 없고 국민들한테 비난을 받아도 힘이 있고 그래서 예산도 많이 따주고 부하직원들 자리도 많이 만들어주는 장관이라면 적어도 그 부하 직원들 사이에서는 좋은 장관이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흔히 말하는 것처럼 선이 굵어 세세한 것 따지지 않고 부하직원들의 의견까지 잘 받아주는 장관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대통령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좋은 장관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대통령에 따라 여러 가지 기준이 있을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평소에 대통령의 업무지시사항을 얼마나 열심히 이행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국회에서 야당의원들에게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더 중요한 판단근거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굳이 얘기하자면 대통령의 소신을 대신해서 분명히 얘기하고 야당의 비난에 흔들리지 않고 당당한 태도를 유지해준다면 대통령으로서는 정말 고마울 것이다. 물론 장관이 정말 그런 생각을 소신으로 갖고 있는지는 별개로 하고 말이다

 

  일반적으로는 업무의 전문성보다는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 개혁의 경우 정치인 출신이 더 낫다고 할 수도 있겠다. 쌀 직불금 개편문제 같은 경우 업무에 대한 전문적 지식보다는 갈등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하는 게 더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업무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나 관료체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게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관료 출신 장관 역시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업무처리에 능숙하고 부처간 문제가 생겼을 때 지혜롭게 처리하는 능력은 발군인 경우가 많지만 반대로 현실에 쉽게 안주하고 그래서 개혁에 철저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따른다. 종종 부처의 이익에 함몰한다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그동안 학자 출신 장관은 성공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자출신은 장관에 맞지 않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학문적 깊이도 갖추고 관료체제에 대한 이해도 깊으면서 부하직원들로 하여금 능동적인 헌신을 유도하고 그러면서도 갈등조정에도 적극적이고 국회에서도 당당한 학자출신 장관 것이다.

    

  좋은 장관을 판단하는 기준은 입장과 시각에 따라 여러 가지 있을 수 있겠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판단하기가 비교적 쉽지 않을까 싶다. 국민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힘이 세서 예산을 많이 따오고 나가는 직원들을 위한 자리도 많이 만들어주는 장관이 좋은 장관일 리가 없다. 그건 좋은 장관을 판단하는데 아무 상관이 없다. 국민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국회에서 얼마나 답변을 잘 하는지, 또 대통령의 뜻을 잘 지켜주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좋은 장관은 쉽게 애기하자면 그저 국민을 위한 일을 많이 하는 장관이다. 그게 대통령의 뜻이든 아니든 또는 부처직원들이 좋아하든 아니든 말이다. 좋은 검찰총장이라면 검찰이나 대통령이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이 좋아하는 사람이어야 하듯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건 좋은 장관이 되려면 역시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봐야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래서 필요한건 소신있는 장관이 아닌가 한다.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보고 장관을 하려면 소신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10년 전 질문을 준비했다가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는 부탁을 받았던 질문은 이런 것이었다. “선비가 되어 임금이 그 뜻을 받아들이지 않는데도 벼슬을 하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죄 짓지 않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