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1
 
 
작 성 자 : 김상철/한국경제언론인포럼회장
날 짜
:  2018-04-05
제 목 : 문재인 대통령 이해하기

 

  더불어 민주당의 전신은 새정치 민주연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 민주연합의 대표를 하던 시절의 일이다. 문제가 하나 불거졌다. 문재인 대표를 비판하는 진영에서 만들어진 문제였는데 보기에 따라서는 그냥 모른 척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당시 치열한 경선을 거쳐 대표를 맡고 얼마 안 돼 당의 화합을 무엇보다 신경써야했던 문재인 대표입장에서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당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굳이 당의 공식적인 반응이 나왔고 문재인 대표도 이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거론했다. 그래서 얻을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는 데도 그랬다. 걱정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문재인 대표 주변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그냥 덮고 갈 수도 있는 일을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것 아닌가 걱정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마침 당직자가운데 상을 당한 사람이 있었다. 상가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자연스럽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셈이었다. 문재인 대표도 당연히 문상을 왔고 자리가 마련됐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런 저런 대화가 이어지다가 관련된 얘기가 나왔다. 참석자가운데 문재인 대표와 가까운 한 사람이 총대를 메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굳이 그렇게 대표까지 나서서 공식적으로 문제 삼을 필요가 있을까, 문제가 없는건 아니지만 대변인이 거론했으니 거기서 그치고 대표는 굳이 문제삼지 말고 그냥 덮고 가도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의 반응은 의외였다. 평소와 달리 한 마디로 말을 잘랐다. 그럼 그게 옳다고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 옳지 못한 일이니 당연히 문제 삼아야 한다는 문재인 대표의 말로 대화는 더 이어지지 못하고 그 자리의 얘기는 그것으로 끝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했다. 야당이 반대하는 한 개헌안의 국회통과는 불가능하다. 개헌안은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사실상 여야의 합의안이 나와야 개헌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걸 뻔히 알면서도 발의했다. 역설적이지만 대통령의 발의로 문재인 정부에서의 개헌은 더 어려워졌다. 야당이 극렬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청와대의 발의는 정도가 아니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지방선거가 끝나고 난 뒤에는 개헌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지방선거전에 개헌안에 대한 합의를 끝내고 개헌 국민투표는 선거후에 하는 방식으로 합의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건데 합의자체가 과연 가능할까 생각해보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개헌안이든 개헌이 가능하려면 결국 여야의 합의가 가능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문 대통령의 개헌안을 야당이 받을 이유가 없고 반대로 정부와 여당이 받을 만한 개헌안을 야당이 내놓을 리도 없다. 사실 이런 상황은 누구나 다 안다.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대통령이 굳이 개헌안을 발의한 것에 대해 야당은 그 정략적인 의도를 의심한다. 여야를 개헌세력과 호헌세력으로 분리해서 야당을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는 구태에서 못 벗어난 정치세력으로 낙인찍겠다는 것 아니냐, 개헌을 쟁점으로 만들어 지방선거에서 야당을 몰아붙이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사실 야당에서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야말로 정치적이다. 따지고 보면 그럴만도 하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 심판이라는 성격을 가져야 하는 지방선거가 개헌 국민투표와 선거가 같이 치러지면 심판이 어렵다. 게다가 국민투표를 겸하면 투표율도 높아질 수 있다. 야당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개헌을 몰아붙이는 대통령의 뜻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야당은 더욱 격렬하게 반대한다.

 

   사실 야당이 의심하듯 숨겨진 정치적 목적이 없다면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어느 정권도 집권 초기에 개헌 논의를 자발적으로 시작한 적이 없다. 보통 정권이 개헌 논의를 꺼내 든 것은 임기 후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였고, 바로 그래서 언제나 실패했다. 국회 의석수를 봐도 그렇다. 1야당이 116석을 갖고 있는 국회다. 표결로 부쳐져 재적 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 개헌안은 폐기된다. 타이밍도 그렇다. 남북 정상회담이 눈앞에 있다. 지금 굳이 국회로 가면 통과가 어려운 개헌 논의를 꺼내들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개헌안을 굳이 발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이해하는 열쇠는 이 부분에서 시작한다. 사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부분 개헌안 발의를 반대했다고 한다. 개헌안을 발의한다고 해도 26일을 굳이 맞춰야 할 필요가 있는지 회의적이었다. 어차피 야당이 반대한다면 통과가 어려운 개헌안인데 발의를 하더라도 좀 더 협의를 해보고 나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청와대 참모진들의 생각이었다. 개헌안의 대통령 발의가 결정된 것은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고 평창에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였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결심이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당의 건의를 받기는 했다. 이 자리에서 발의를 결정하도록 건의한 당 관계자는 개헌안 발의는 정치적 고려 없이 약속은 지켜야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적으로 현명한 선택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청와대 참모들의 생각보다 대통령은 개헌 공약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했다. 약속을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 발의권을 행사한 이유는 오직 지난 대선 때 모든 당 후보들이 공약한 6월 지방선거 개헌 동시투표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알려진 얘기만 종합해 보면 그게 정말 전부다. 그리고 그게 문재인 대통령의 특징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런 개성이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기는 어렵다. 일단 타협이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은 든다. 개헌안도 어떻게 처리될지, 과연 어떻게든 여야 합의가 가능하기는 할지 알 수 없다. 야당도 문재인 대통령 같은 정치인을 상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개헌안이 이번에 국회에서 부결돼도 아마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개헌을 추진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