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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성 자 : 김상철/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
날 짜
:  2018-09-11
제 목 : 우리경제는 지금 위기인가?

 

  최근 한 국회의원은 국회 연설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경제에서는 무모하고 무능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일자리 문제에 실패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출범 당시부터 문재인 정부는 임기내 공무원 일자리 17만개를 포함한 81만개의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정책을 펴겠다고 했다. 이건 가능하다. 재정을 투입하면 되니까. 하지만 그게 다다. 일자리 예산으로 2년에 걸쳐 약 54조원을 투입한 데 이어, 내년에도 235천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하지만 효과는 거의 없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말은 '고용 쇼크''분배 쇼크', '투자 쇼크'라는 말들이다. 우리 경제는 지금 정말 위기일까.

 

   우리나라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2015년이 2.8%, 20162.8%, 그리고 20173.1%를 기록했다. 2016년의 경기 저점을 벗어나 2017년에는 상당한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경제전망에 따르면, 2018년은 2.9% 성장이 예상된다고 한다. 회복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의 공신은 수출이었다. 2017년 한 해 동안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8% 증가한 5739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한국의 주력 수출 제품이 모두 증가했다. 반도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7.4% 그리고 석유화학제품은 31.7%나 늘었으니 대호황을 경험한 셈이다. 우리가 잘한 것도 없지는 않겠지만 우리 수출이 늘어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세계 경기의 회복 덕분이었다. 우리나라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선진국 경기가 좋을 때, 가장 득을 보는 나라다. 올해에도 수출은 좋다.

 

  경제성장률은 경제 규모 즉 GDP의 증가율이다. 경제성장률의 개념은 2018년의 경제 규모가 2017년 경제 규모에 비해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의미한다. 한국은 2분기에 성장률 0.7%를 기록했다. 0% 대 경제성장률이 좋은 수치는 아니다.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사실 엄청나게 나쁜 수치도 아니다. 왜냐하면 바로 1분기보다 경제 규모가 얼마나 늘었는지 알려 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비교 기준이 1분기였기 때문에 1분기가 좋았다면, 2분기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기저효과다. 사실 2011년 이래로 한국의 전기 대비 경제성장률이 1%를 초과한 적은 단 3번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매우 소폭 초과한 수준이었다.

 

  사실 성장률 하락은 우리 경제의 장기 추세다. 어제 오늘 시작된 것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GDP 성장률 추이를 돌아보면, 확실히 과거에 비해 둔화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1990년대에는 평균 5.93% 성장했는데, 2000년대에는 4.11%, 그리고 2010년대에는 3.41% 성장했다. 평균적으로 보면 김영삼 정부 때부터 시작해서 20년 동안 1년에 0.2%포인트씩, 떨어져왔다고 한다. 한 정권이 끝나는 5년이면 성장률 1%포인트가 떨어지는 식이다. 성장률 하락의 장기추세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인구도 그 가운데 하나다. 1인당 국내총생산을 감안해서 보면 획인이 되는데 1990년대에는 국내총생산 7.1% 1인당 국내총생산 6.1%로 약 1%포인트 차이가 난다. 90년대에 기록한 성장률 가운데 약 1%는 인구가 늘어난 덕분이었던 것이다. 2000년대도 비교해보면 4.7%4.1%. 역시 0.6% 포인트는 인구 증가에 힘입은 성장이었다. 2010년대에는 3.4% 2.9%. 인구가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부분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2010년대에는 약 0.5% 포인트만이 인구에 힘입은 경제성장 이었던 셈이다.

 

  물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장률 하락이라는 장기추세를 뒤집는 일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설사 좋아진다 해도 고용이 크게 늘지 않는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취업자는 연 평균 1.8% 늘어났지만, 2009년 이후에는 연 평균 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다행히 임금 근로자, 그 중에서도 상용근로자의 취업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연 4.5% 증가했고, 금융위기 이후에도 연 평균 4.4% 늘어났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들은 수출 및 투자 증가를 고용으로 연결시켰던 셈이다. 전체 고용 증가율의 둔화는 자영업 위축에서 비롯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자영업 고용이 연 0.6% 늘었지만, 위기 이후에는 연 0.6%씩 감소하는 중이다. 이 영향으로 2000년 전체 고용의 27.8%를 차지하던 자영업 부문의 비중이 2017년에는 21.3%로 떨어졌다. 자영업 고용이 줄어든 이유야 뻔하다. 장사가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봐도 그렇지만 소득주도성장이 전혀 근거 없는 이론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가계소득은 갈수록 그 비중이 들어들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수출은 더 이상 일자리를 예전처럼 많이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런데 가계소비가 늘면 일자리도 늘어나고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실 거시경제의 안정성이나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 없이는 혁신도 쉽지 않다. 그래서 일정한 수준까지 사회 보장 장치를 제도화하는 것은 경제성장의 지속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취지대로 작동되지는 못하고 있다. 말 그대로 소득의 증대는 성장의 과실이지, 성장의 동력이 아니다. 케인즈의 유효수요이론은 불황기에 필요한 일시적 경기부양정책일 뿐이다.

 

  경제성장은 결국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리고 생산성 증가는 경제전체의 효용을 높여야 하는 것이고 혁신을 자극하는 방법은 교육과 기술개발 투자 말고는 없다. 그래서 경제성장의 두 가지 동력은 교육투자와 구조개혁이다. 그 외에 다른 답은 없다. 수없이 많이 나온 얘기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 제고야말로 관건이 될 수 밖에 없다. 혁신 산업의 형성과 성장은 당연히 경제성장의 동력이다. 그러나 혁신 산업 역시 교육 투자와 구조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논란은 사실 의미가 크지 않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때문에 우리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망할 것도 아니다. 실제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라고 해서 이렇다 할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저소득층의 소득보전 정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게 성장률 하락의 장기추세를 바꿀 수는 없다.

 

  좋은 조짐은 별로 없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한다. 지난해에도 연 초에는 경제전문가의 67%IMF사태급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우리경제의 상황을 확인해보면 이 전망은 확실히 틀렸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3% 이상 성장한 것은 물론 종합주가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성장률이 2년 연속 개선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