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부처 장관 후보자 중 2명이 낙마하고 5명이 임명됐다. 그나마 임명된 5명 가운데 2명은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청와대는 검증 부실로 보지 않는다. 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는 외유 출장 의혹으로 결국 대통령이 후보 지명을 철회했지만 본인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혀 검증 과정에서 누락됐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지금 낙마한 2명의 장관후보자를 대신할 사람을 찾고 있을 것이다.

 개각을 할 때마다, 논란이 벌어진다. 헌법재판관이나 대법관 인사 때도 마찬가지다. 나름대로 고심 끝에 인사를 한다고 해도 늘 문제가 터졌다. 이 정부 들어 낙마한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 후보자만 이제 13명이다. 대개는 부동산에 발목이 잡혔고,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거나 자녀가 문제가 된 경우도 있었다. 한때는 논문 표절이 단골손님이었고 여러 가지 소소한 특혜도 문제가 됐다. 과거에 함부로 했던 발언이나 글이 문제되는 경우도 있었다. 능력이 있으면 코드가 안 맞고, 코드가 맞으면 능력이 없었다. 코드와 능력이 맞으면, 경력에 문제가 있기도 했다. 이를테면 40년 전 당사자 몰래 했던 혼인신고가 갑자기 터지는 식이었다.

 대통령이 직접 사람을 찾아 임명해야하는 자리는 300개 정도라고 한다. 행정부에는 국무총리 1명, 장관 18명, 법제처장을 포함한 5개 처장과 국세청장 등 17개 청장이 있고, 국정원장과 감사원장,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있다. 모두 합치면 50명쯤 된다. 대통령의 손발인 청와대 수석급 인사도 15명이 있다.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국가안보실장 등 세 실장과 수석·보좌관·차장 12명이다. 여기에 대법원장과 대법관, 헌법재판관, 중앙선관위원 등을 합치고, 정부 차관급 인사에 공공기관장과 임원을 합치면 300명쯤 된다.

 그런데 이 300명을 구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사람을 구하는 게 쉽다고 하는 건 현실을 잘 모르는 얘기다. 보수정권과 진보정권을 가리지 않고 정권을 잡으면 늘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인사가 이뤄지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하는 것이 꼭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다. 국정원의 기존 인사자료에 있는 인재풀은 10만 명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어느 정부도 인사를 하면서 이 자료를 뒤져 사람을 찾기 시작하지는 않는다. 사람을 찾는 일은 대개 청와대가 당을 포함한 이 곳, 저 곳에 자문을 구하면서 시작한다. 처음부터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누구를 어느 자리에 시킬 것을 지시하는 경우도 없는 건 아니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추천이 쌓이면 사람을 골라 후보자를 압축해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먼저 적용되는 중요한 기준은 코드가 맞는지 여부다. 보수와 진보에 관계없이 모든 정부가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쉽게도 생각보다 코드에 맞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우선 과거의 경력을 들여다보는데 지난 정부에서 고위직에 있었다면 일단 코드에 맞지 않는 것으로 간주된다. 코드, 이른바 정치적 성향이 정권의 정체성과 일치한다고 해도 장관을 시키려면 경력도 웬만큼은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코드도 맞고 능력도 인정받는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대통령의 후보시절 캠프에 교수가 2천명이 있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후보가 될 수 있는 경력을 가진 사람은 많아야 2,3백여 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코드에 맞는 것은 아니지만 뚜렷한 색깔이 없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지금 정부는 코드가 맞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예 자기 색깔이 없는 사람을 선호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와는 다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할 말을 하는 사람을 선호했다. 그래서 이헌재 경제부총리나 송민순 외교장관 같이 이른바 기가 센 사람을 찾았지만, 지금 정부는 다르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능력이 뛰어난 사람보다는 코드에 맞거나 아니면 자기색깔이 분명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현재의 내각을 보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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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보자가 어느 정도 압축이 되고 정리가 되면 이제 개별 접촉에 들어간다. 맡을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고 뜻이 있다면 검증에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도 쉽지 않다. 자리에 따라 다르지만 접촉한 열 명이상이 거부의 뜻을 밝히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서 자기 분야에서 성취도 할 만큼 했는데 청문회에 나가서 망신당하고 싶지 않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사실은 청문회와 상관없는 자리의 경우에도 거부의 뜻을 밝히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한다. 지금 정부와 뜻이 맞지 않다거나 정부 내 역할에 대한 회의적 인식 때문인 경우가 많다. 공직에 대해 과거와는 달라진 시각도 거부하는 이유로 한 몫을 한다. 예를 들어 공직에 한 번 참여하면 그 뒤 일정기간 민간부문에서 자유롭게 일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게 장애가 되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한다.

 이런저런 경우를 다 빼고 나면, 그렇게 많은 사람이 남지 않는다. 이제 남은 얼마 안되는 대상자들을 상대로 검증을 해야 한다. 여기서도 현실적인 문제의 하나는 국가정보원의 힘을 빼면서 청와대가 국정원의 인사 존안 파일 활용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민정 팀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조사해야하고, 당연히 일주일에 7일을 밤새워 일해도 소홀한 구석이 생긴다. 그러다보니 같은 식구라고 느슨하게 보는 경우도 있고, 법규만 보다가 국민 정서를 충분히 감안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정권교체가 몇 번 이뤄지면서 위선적인 수준이라고 할 만큼 여야가 경쟁적으로 기준을 높인 것도 문제기는 하다. 물론 근본적인 문제는 국민의 엄격한 잣대로 보면 우리 사회 지도층 대부분이 과거의 편법과 특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일 것이다. 더구나 청문회에 서는 대상자 대부분은 언젠가 자신이 공직을 맡기 위해 청문회에 서는 때가 올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에서 공직을 꿈꾸지 않고 살아왔으면서도, 비범한 능력을 갖고 있고, 그러면서도 부동산 ‘투자’에 신경 쓰지 않았고, 한 번도 특혜를 누리지 않았으며, 오로지 적당한 재산과 평범한 자녀가 있는 300명을 구하기가 쉬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