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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성 자 : 김상철/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
날 짜
:  2019-06-25
제 목 : 홍콩과 중국

 

  백만 명이 쏟아져 나온 홍콩의 시위로 결국 중국이 뜻을 접었다. 이번 시위를 직접 촉발시킨 것은 범죄인 인도협정 추진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동안 꾸준하게 쌓여왔던 중국의 통치방식에 대한 불만이 결국 폭발한 것으로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중국이 99년 만에 홍콩을 영국으로부터 돌려받은 것은 1997, 그때 등소평은 불안해하던 홍콩주민들을 안심시키고 나아가 대만을 향해 장기적으로 통일방안을 제시한다는 의미에서 나라는 하나지만 제도는 둘이라는 이른바 일국양제(一國兩制)”의 약속을 했다. 사회주의 정치체제 안에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체제를 50년간 허용한다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약속과는 달리 자치의 원칙은 조금씩 훼손돼왔고, 특히 2017년 행정장관 직선제 약속은 사실상 없었던 일이 되었다.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발언만 봐도 그렇다. 홍콩이 부여받은 권한은 중앙이 위임한 것일 뿐이라는 게 일국앙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홍콩에 대한 중국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세월이 흐르면서 속마음이 드러난 탓도 있지만 지난 20년간 이뤄진 중국의 경제적 부상과도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는 얘기가 나왔던 1990년대, 그 네 마리는 우리나라와 대만, 싱가포르와 홍콩이었다. 하지만 네 곳 가운데 홍콩만은 좀 독특했는데 그것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정부 주도의 성장을 이룩한데 반해서 홍콩만은 철저하게 시장이 주도해서 성장한 사례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간섭과 규제가 거의 없는 반면 세금은 적다. 심지어 홍콩에는 중앙은행도 없어서 통화위원회라는 조직만 있다. 그래서 홍콩은 지금 뉴욕, 런던, 도쿄와 함께 세계 금융 중심지들 중 한 곳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물론 세계적인 기업의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가 상당수 홍콩에 위치해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의 성장방식과도 다르다.

  중국으로 귀속된 것이 홍콩에 마이너스였다고 할 수는 없다. 홍콩이 금융위기를 이겨낸 것도 사실은 중국 때문이었다. 중국과 홍콩 사이에는 경제협력 강화약정이 체결돼있다. 홍콩은 이미 사실상 중국 경제권으로 통합되었다고 말 할 수도 있다. 홍콩 관광객의 75%는 중국 본토에서 온다.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절반은 중국 본토에 있는 기업들이다. 홍콩 대외 교역량의 절반은 중국이 차지한다. 대외 위안화 거래의 80%이상이 홍콩을 통해 이뤄진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4분의 1이 중국 본토에서 들어온다. 이 모두가 홍콩이 중국으로 귀속된 덕분이다. 반면에 중국 본토의 고도성장과 함께 홍콩이 중국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와는 달라졌다. 홍콩의 비중은 지난 20년 사이 많이 줄었다. 2017년의 경우 홍콩은 중국 경제에서 3%의 비중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한 때 홍콩은 중국의 세계를 향한 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에게 별도의 창은 필요 없다. 이제 중국 없이 홍콩은 살아가기 어렵지만 중국에게 홍콩은 예전만큼 중요하지는 않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면 서로를 보는 시각도 달라진다. 원래 당연히 중국 땅이었던 홍콩을 영국이 갖게 된 것은 1898, 아편전쟁에서 중국이 패배한 대가로 줘야했던 것이었다. 중국에게 홍콩은 서구열강으로부터 유린당하던 청나라말의 아픈 역사가 낳은 결과일 뿐이다.

  물론 홍콩이 정치적 불안으로 성장 동력을 잃어버린다면 중국에게도 바람직한 건 아니다. 홍콩이 정치 불안이 내심 반가운 데도 있다. 싱가포르가 그럴 것이다. 이미 홍콩의 재계 거물들이 재산을 옮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부분 싱가포르를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많은 다국적 기업들도 홍콩에서 떠날 수 있다. 홍콩의 면적은 서울의 두 배가 조금 안 된다. 인구는 750만 명, 정식 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 규모는 작은 도시국가정도지만 국내총생산(GDP)48백억 달러로 세계 44위다.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나라의 두 배가 넘는 63천 달러로 세계 10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