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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성 자 : 김상철/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
날 짜
:  2020-10-27
제 목 :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

 

  지난 11OECD가 발표한 한국경제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제시했다. 역성장이긴 하지만, 전체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6월 예상치보다 0.4%포인트 상향 조정했는데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 나라도 우리나라 말고는 없다. 정부는 무척 반가운 표정이다.

  하지만 정말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경기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법이다. 문제는 우리 경제의 기본 체력, 잠재성장률이다. OECD2005년에서 2020년까지 한국의 평균 잠재성장률이 3% 수준이었지만, 2020년에서 2060년까지 40년간은 평균 1.2%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노동 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인구 고령화가 노동 공급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낼 수 있고, 노동 공급 감소는 잠재성장률을 낮추고 정부의 재정부담을 늘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OECD는 한국의 노령인구 부양 비율이 20608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노령인구 부양 비율은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65세 이상 인구의 수를 의미한다.

  정부도 아는 사실이기는 하다. OECD의 지적을 굳이 인용하지 않아도 저출산과 고령화는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가장 큰 리스크다.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역시 최근 저출산과 고령화는 한국경제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도전과제라고 말했다. 올해만 봐도 출산율 0.8명 대로의 추락은 기정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2045년에는 우리나라가 일본을 넘어 세계 1위 고령화 국가가 될 거라고도 한다. 통계청은 한국의 고령 인구 비중이 201914.9%에서 206746.5%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의 인구 감소추세가 그대로 진행된다면 당연히 경제적 위상도 낮아진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순위는 2030년쯤에는 15, 2100년에는 20위로 밀려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고령화로 인해 달라진 환경을 경험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급격하게 진행된 고령화로 인해 지난 23년간 실질금리가 약 3%포인트 떨어졌다는 게 한국은행의 발표였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노인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저축을 늘리면서 금리가 떨어지고, 청년 노동인구가 줄면서 경제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이다. 노동인구의 고령화는 나이 든 사람의 증가 때문이라고 하기보다는 젊은 인구의 감소 때문이다.

  현재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그대로 유지되고 통계청의 인구추계가 맞는다면 5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는 2065년까지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45세 미만 경제활동인구는 1,300만 명에서 600만 명 미만으로 급감한다. 이로 인해 55세 이상 인력이 노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9%에서 50%로 높아진다. 현재 전체 노동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35세 미만 인력의 비중은 출산율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30년 후에는 11%로 낮아진다. 한 마디로 청년이 노동시장에서 서서히 사라지는 것이다. 노인은 늘고 경제활동을 하는 젊은 인구는 줄어든다.

  그만큼 재정부담도 늘어난다. 조세연구원이 4대 공적 연금에 노령화와 보건지출과 연관된 기초노령연금과 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7개 항목을 합쳐서 재정지출 규모를 추계한 결과를 보면 2050년쯤에는 1,000조 원을 넘어 GDP 대비 18%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 현재 GDP 대비 정부의 총예산이 25% 수준이다. 정부 예산을 거의 모두 써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고령화 진전이나 인구감소, 그에 따른 저성장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210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부작용이 큰 건 사실이지만 고령화와 인구감소는 현실이다. 사실 이건 인류가 이룩한 귀중한 성취고 축복이기도 하다. 고령화는 복지 수준 향상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지구촌 신생아의 기대수명은 68.6세에 이르렀고 2050년까지 76.2세로 뛰어오를 것이라고 한다. 이미 세계 24개국에서는 신생아 기대수명이 80세를 돌파했다.

 

  고령화가 진전되고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경제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상황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선 여성의 고용률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을 의미하는 고용률에서 우리나라의 여성 고용률은 작년, 드디어 50%를 넘었다. 하지만 아직도 남녀 고용률 격차는 20%포인트의 차이가 있다. 2017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대학을 졸업한 25세에서 34세 사이의 여성 취업률은 69%. 미국과 영국, 프랑스와 독일은 모두 80%가 넘는다. 역설적으로 우리는 아직 여성의 취업 기회를 늘릴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기대보다는 효과가 제한적일 거라고 하지만, 우리에게는 북한도 있다. 고령화율을 보면 한국은 201814%를 돌파, 이미 고령사회에 들어섰지만, 북한은 아직 10%가 넘지 않는다. 노령화지수도 북한은 50%가 넘지 않는다. 유소년인구가 고령 인구보다 2배 이상 많다는 말이다. 우리는 무려 124%. 아쉽지만 북한도 인구의 구조변화는 우리 못지않다. 워낙 통계가 부족해서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출산율은 이미 인구 대체선 2.1명 아래로 떨어졌고, 일부에서는 이미 인구감소가 시작됐다고 보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보다는 낫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보면 노인들을 위한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일은 갈수록 정책의 우선순위가 높아질 것이다. 66세 이상 빈곤율 43.8%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는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문제다. 이미 고령화에 따른 노인복지 문제는 작지 않은 부담이다. 그래도 노인들에 대해 비교적 포용적인 사회구조와 전통, 제도는 우리가 가진 유리한 조건이다. 예전과는 다르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다른 나라들보다는 노인들에게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덕분에 노인이 겪어야 하는 고립감이나 고독감도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흔히 정부가 2006년부터 150조 원을 저출산 대책에 투입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비판할 일이 아니다. 그 정도의 돈으로는 애당초 턱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