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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성 자 : 김상철/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
날 짜
:  2020-12-28
제 목 : 전세 대책은 없다

 

  전셋값 급등 현상을 비판하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장관은 이렇게 대답했다. 전세난은 집값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과정에서 수반된 부작용이며 주택정책 실패라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지금 얘기는 아니다. 201111월 당시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의 말이다.

  전세 시장이 뜨겁다.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뛰면서 신고가가 속출한다. 집을 사기 위해서 영끌했던 사람들은 이제 전세금을 영끌해야 한다. 그나마 매물이 있으면 다행이다. 전세 공급 부족 수준을 나타내는 민간 통계 지표는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 외곽 지역에서는 전셋값이 집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아니다. 지금의 전세대란은 전세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진 탓이다.

  사실 지금의 상황은 임대차법 시행 전부터 예견됐다. 정부는 주택의 총량이 그대로이고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청구권도 주었으니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세 수요가 늘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 때문에, 혹은 집값 하락을 기대하고 매수를 미루는 사람들 때문에, 혹은 대기 수요를 유발하는 3기 신도시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신규 전세 물량은 줄었다. 원칙적으로 지금은 집주인이 자신이 보유한 집에 실거주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6개월 이내 들어가 살아야 하고, 재건축 아파트도 2년 이상 살아야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신축 단지에서 전세 물량이 대거 풀리는 일도 이제 없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신규 아파트는 집주인이 살아야 한다. 새 아파트 입주량도 줄고 있어 전세 공급이 늘어날 여건도 아니다. 여기에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담은 임대차법이 시행되며 전세난의 불씨를 키웠다.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전세 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대차법 안착과 질 좋은 공공 임대아파트 공급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현재까지 언급된 대책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중형 공공임대주택' 도입이다. 둘 다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걸린다. 공공임대주택 추가 공급은 아무리 서둘러도 이 정권이 끝난 후에도 한참 지난 뒤에야 효과를 본다. 물량도 안된다. 정부의 계획은 현재 160만 가구인 공공임대주택을 2025년까지 240만 가구로 확대해서 25%가 공공임대주택에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세 배인 720만 가구가 2025년에도 여전히 민간임대주택에 살아야 한다. 임대든 매매든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이를 공공이 다 감당할 수는 없다. 더구나 늘어나는 좋은 집에 대한 욕구는 공공임대가 감당하기 어렵다. 국민은 집의 노예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좋은 집의 주인이 되고 싶어 한다. 청약예금 가입자 26백만 명은 더 나은 집에 대한 수요를 의미한다. 전세금 대출 지원도 늘리고 월세 소득공제 확대도 검토한다지만 그건 대책도 아니다.

  다시 이명박 대통령 시절을 돌이켜보자. 당시 전셋값 폭등은 대대적인 규제 완화로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이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이사 수요가 급증한 것이 원인이었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사라져 매매가 실종된 데 따른 것이기도 했다. 언론은 거의 매일 전셋값 폭등을 보도했고, 정부는 대책을 수시로 내놓아야 했다.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 공급을 촉진했고, 오피스텔의 바닥난방 확대도 이뤄졌다. 전세자금 대출도 늘렸다. 물론 정권 끝날 때까지 전셋값을 잡지는 못했다. 전셋값 급등 현상은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끝났다.

 

  전세 시장은 수요 조절이 어렵다. 매매 수요는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다. 앞으로 싼 주택이 나온다는 기대감이 생기거나, 대출 등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면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임대수요는 다르다. 향후 저렴한 전세가 나온다고 해서, 당장 집 없이 살 수는 없다. 매매가는 너무 비싸면 그냥 전세로 살면 되지만, 전셋값이 오르면 그냥 감내해야 한다. 아니면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전세 시장은 수요에 비탄력적이라고 한다. 공급이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단기간에 가격이 폭등한다.

  문제가 더 복잡해지는 것은 자가 주택시장과 주택 임대시장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집주인인 동시에 세입자인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집 한 채는 가지고 있지만, 교육 여건이 더 좋거나 직장이 가까운 곳에 세를 얻어 사는 사람도 많다. 돈이 부족하지만 불안한 마음에 억지로 조금 무리해서 전세를 끼고 집 한 채는 사둔 채, 정작 자신은 전셋값이 싼 곳에 세를 사는 사람들도 있다. 게다가 국내에는 기업화된 임대사업자의 비율이 높지 않다. 미국 같은 나라는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절반 이상 임대주택을 공급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자가 보유율은 60%에 못 미친다. 40% 이상은 임대한 주택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이 들 대부분은 공공이 아니라 민간이 공급한 임대주택이다. 그렇게 보면 다주택자는 임대주택 공급자이기도 하다.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규제는 임대주택 공급을 줄일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를 폐지한 것도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부동산 문제는 집값만 두들겨 잡는다고 끝이 아니다. 사실 정부도 안다. 집값도 잡고 전셋값도 잡는 방법은 없다. 매매가격을 안정시키면 전셋값이 오른다. 집값이 안 오르는데 무리해서 집을 살 사람은 없다. 반대로 매매가격이 오를 것 같으면 전세보증금도 매매시장으로 간다. 수요를 억제하는 모든 조치는 민간에 의한 자발적인 공급에 지장을 초래한다. 특히 서울은 가장 공급이 부족한 곳이다. 서울의 전체 주택 수는 295만 채고 이 가운데 2년간 전세 계약 물량은 81만 채다. 계약갱신청구권이 행사되면 매물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미 내년 전국의 전셋값이 5%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임대든 매매든 공급을 늘리려면 민간의 자발적 노력을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러나 공급 부족 해소를 위해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유인책을 도입하는 것은 다주택자를 규제해온 지금까지의 정책 방향과는 다르다. 자칫하면 다시 매매시장을 자극할 수도 있다. 지금의 정책 방향을 유지한다면 전세난은 대책이 없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슬기롭게 마음을 모으면 몇 개월 뒤에는 전셋값도 안정을 찾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별 방법이 없다는 다른 표현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